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A one-in-8-billion signal

HA SA-AN

 

세기별 작품들을 공부하고, 비워냈다. 번득이는 생각에 캔버스 위로 붓을 휘두른다.

이것은 완전한 창작인가? 감격에 벅참도 잠시, 머릿속에 작품하나가 떠오른다.

인터넷에 검색해보니, 맞다. 내 것이 아니다. 인간의 상상력은 비슷하다. 무결한 창작 따윈 없다고 선언하자.

아니 작품을 머릿속에 오래 담아두지 말아야겠다. 머릿속이 뒤죽박죽 섞여있다. 이것은 내 것인가? 네 것인가? 누구의 것도 아니라면 이것은 누구의 것인가?

붓을 내려놓자. 캔버스를 내려놓자. 그것은 강박이다. 나의 창작은 의미 없이 배설되는 창작 공해들과 다를 것 없다. 서양미술의 종주국은 서양일 뿐이다.

서양미술은 내것이 아니다. 재료부터 다시 찾자. 오래된 우리의 재료를 찾아내자.  그것도 아니라면 나의 재료를 찾자.

껍데기는 버리고,  더 비워내자.  머릿속에 쌓인 작품들을 거두어 내자.

내 작품은 왜 존재해야 하는가?

무엇이 나답게 하는가?

2017년 하사안 작가노트